• 회사소개
  • 회원가입
  • 로그인
  • Narcissistic Love

    페이지 정보

    CREDIT GIANT 작성일18년06월01일 18:39 조회2,245회

    본문


    7d38c6ceff8cd543bf8645a862bc0030_1527845715_4315.jpg

    Narcissistic Love
    by
    이정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narcissistic”이라는 형용사가 “love”라는 명사를 수식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정신분석학에서 나르시시즘은 자신의 육체를 이성의(철저히 이성애적인 용어에 대신 사과를 전한다.) 육체를 보듯이 하고, 스스로를 애무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그 반영에 닿으려다 물에 빠져 죽은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파생되었다. 우리말로는 자기애라고 번역한다.

    그렇다면 사랑이 대체 뭔데? 어딘가에서는 사랑을 에로스, 아가페, 필리아 등으로 나눈다고 한다. 이 인류의 보편 타당한 감정을 어떻게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정의하겠냐만 국어사전에서는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하더라. 물론 자기 자신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는 애인에게 습관처럼 이야기한다. “너만을 사랑해.” 확실한가? 아니. 당신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설령 정말 그렇다고 할지라도 나무랄 생각도, 권리도 없다!) 내 말은 정말로 당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당신이 아니라당신이 연인이 맞냐는 것이다.

    크고 작은 몇 번의 연애 중에 유난히 짧았던 것들을 기억한다. 그 때의 연인들의 공통점을 몇 가지 나열해보자면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신들의 교집합을 잡아내는 것에 심심찮은 사과를 표한다.) 1. 남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고 2. 준수한 외모를 지녔으며 3. 내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들었고 4. 내가 원하는 말을 할 줄 알았다. 물론 애인과 교제함에 있어 누구나 일정 정도의 기준이 있을 것이고, 앞서 나열한 4가지의 공통점은 누구나 애인에게 바라는 보편적인 것들 것 수 도 있다. 그럼 조금 다른 식으로 이야기 하겠다.

    7d38c6ceff8cd543bf8645a862bc0030_1527845779_9326.jpg

    1. 남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기 때문에 내가 그들의 애인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남들의 평가가 달라졌다. 좋게 말하면 내성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성격 탓에 나의 인간관계는 정말 좁았다. 그런데 그들과 있을 때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을 따르는 사람은 많았고, 당연히 그들의 연인인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주었다. 말은 안 해도 분위기 메이커를 꿈꾸고는 했던 나에게는 그들이 애인이기 이전에 이상향이었다.

    2. 준수한 외모를 지녔다. 어디 내놓기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잘생긴 사람과는 인연이 별로 없다. 물론 나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이들 중에서도 분명히 감탄스러운외모의 소유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극소수를 제외하면 그들과 사람인 친구이상의 관계를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들의 빼어난 외모는 일종의 장신구와도 같았다. 그들과 만날 때는 무의식적으로 특별히 꾸미지 않게 되었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그들의 외모는 단순히 나를 대변하는 수단이었다.

    3. 내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들었다. 인간관계에서 경청이란 꼭 필요한 거 아니냐고? 아니, 그들은 내 말을 듣기만 했다. 그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시쳇말로 감정쓰레기통이라고 하던가. 그들 중 하나는 이야기 했다. “넌 내 말을 듣지 않잖아. 내가 뭐라고 이야기 하면 너는 말하지 못하게 막아버려. 내가 어떻게 내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겠어? 어떻게 너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다그칠 수 있어?” 그들은 일방적인 대화 속에서 입을 다물었다. 마음의 무게를 저울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걸 처절히 느끼고 있었으니까. 저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참고 넘어갈 만큼 이타적인 사랑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들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는, 아니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사랑을 하고 있었다.

    4. 내가 원하는 말을 할 줄 알았다.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나를 내가 원하는 이미지의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내가 하는 말들을 모두 믿었거나, 믿어주는 척을 아주 잘하였기 때문에 그들 앞에서만큼은 내가 원하는 이미지의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들 앞에서 나는 이지적이었고, 이타적이었고, 아름다웠다. 허울좋은 거짓 이미지에 심취되어 내가 정말로 그런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7d38c6ceff8cd543bf8645a862bc0030_1527845845_2902.jpg

    형은 성현이를 형이 피우는 담배 한 개비보다도 사랑하지 않아요. 난 알아요. 성현이는 형이 꿈꾸는 자화상일 따름이에요. 정갈하고 상처입지 않은 백색의 대지. 가슴이 뛰었겠지요. 처음 도화지에 수채화 물감을 칠하던 백일장의 느낌. 게다가 형은 충분히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인 건 틀림없었고 형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테고요.

    김영하, 「거울에 대한 명상」 에서.

    한석규와 이은주 주연의 영화 《주홍글씨》를 기억하는가? 물론 해당 영화는 극중 남자주인공인 기훈과 여자주인공인 가희를 불륜의 중심에 두고, 기훈의 아내인 경희와 가희의 동성애를 언급함으로써 도덕적 비판을 교묘하게 피해간 영화였지만 이의 원작 소설인 「거울에 대한 명상」은 조금 달랐다. 영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서 오는 신파를 모사했다면, 소설은 남녀 간의 사랑에서 오는 신파를 비웃으며 나르시시즘을 이야기했다. 성현(극중 경희)은 서술자(극중 기훈)의 거울로써 존재한다. 가희의 표현을 빌리면 는 섹스를 할 때 조차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철저한 나르시시스트이다. , 그는 연인과의 가장 친밀한 결합의 순간에서도 파트너에게 반영된 자신의 모습만을 본다. 조금 넘겨짚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파트너가 흥분하고, 애무하고, 오르가슴에 이르는 모든 순간들이 모두 자신의 능력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자신의 전도된 이미지이자 복제품에 불과한 파트너를 보며 만족감을 얻는 것은, 결국 자족이지 않은가? . 그래 그건 섹스가 아니라 자위이다.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흥분하고, 애무하고, 오르가슴을 느끼고, 사정하고.

    차라리 마돈나나 미야자와 리에를 떠올리며 섹스하는 친구들은 순진하죠. 그들은 배 밑에 깔린 여자를 그 마돈나라는 기호의 복제품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형은 형 배 밑에 깔린 여자를 복제품으로도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그렇죠? 그 여자는 단지 형의 전도된 이미지예요.

    김영하, 「거울에 대한 명상」 에서.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기는 한데,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사랑을 하지 못한다. 이들을 사랑으로 구해보겠다는 것은 어리석을 발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약간의 비약이 있겠지만 한 철학자의 말을 빌리면 우울증은 가장 나르시시즘적인 질병이다. 우울증에 빠진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밖에 듣지 못한다. 그들은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듣지 못한다. 당연하다. 너무도 연약한 자아를 지켜야만 살 수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말을 듣겠는가? 

    나 또한 나를 지켜야만 했다. 그들이 얘기하는 것은 나를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그들이 어떤 의도에서 하는 말이든 나에게는 생채기가 되어 돌아왔다. 지금에 와서는 느낄 수 있다. 그들이 하는 말을 좋은 의도에서 나온 말들이었고,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사정한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나와 다른 이물질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를 지켜야만 살 수 있었다. 이쯤에서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나르시시즘을 구분하는 기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르시시즘에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물질을 거르는 필터가 가동하는 것이다. 이 때 이물질은 물론 당신의 연인이 될 수도 있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성숙한 사랑인지 뭔지는 관심도 없고, 정말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건가. 혹시 그들이 당신의 말하는 거울은 아닌가? 아니면 혹시 당신, 오늘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나. 여왕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추천 1
    더 볼만한 기사
    최신 등록된 기사
     

    CRAZY GIANT. CEO.강지연 ADRESS.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위례서일로 26 라크리움 121호
    BUSINESS NUMBER. 106-13-41425 TEL.031.758.9112 FAX.031.758.9113 E-MAIL.giant@crazygiant.co.kr
    Copyright(c) 2018. GIANT. All Rights Reserved.